- 파이널 판타지 14 칠흑의 반역자 네타가 있습니다.
- 빛의 전사의 호칭은 '모험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빛의 전사의 외견 묘사는 크게 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 설정입니다.
제 캐릭터를 생각하며 쓰기 때문에 세세한 설정묘사가 나와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음유시인 이라는 설정입니다. - 여러모로 게임 내 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모험가의 메타발언, 캐릭터들의 게임 용어 사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야슈톨라, 루나르, 알피노와 모험가(빛의 전사)의 일상 이야기
(2022.01.29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던 글)
오늘도 노르브란트엔 어둠의 전사가 찾아온 어둠이 내려앉았다. 반짝이는 등불들이 하나 둘 빛을 밝히고 시간이 흐르자 태양이 떠올라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과는 반대로 등불들은 빛을 끄고 잠에 들었다. 이렇게 노르브란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아침을 보내고 낮을 맞이하고 있을 때 쯤 조금 늦긴 했지만, 한 모험가의 하루도 시작되었다. 수기나 사람들의 말로 전해지는 영웅의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은, 영웅이라 불린 한 모험가의 일상.
어느 날의 이야기. 간단한 물건 전달 의뢰를 받았다. 의뢰를 한 사람은 어둠의 전사인 모험가를 본 적이 있는지, 이런 간단한 일을 어둠의 전사님께 부탁드릴 수 없다고 거절을 했다. 그러나 물건의 배달처가 라케티카 대삼림쪽이라는 사실과, 마침 모험가도 한가했기에 괜찮다며 설득 끝에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노르브란트는 대체적으로 도시 외엔 길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모험가는 함께 다니는 초코보와 함께 하늘을 날아서 돌아다니다보니 이동이 자유로웠다. 그러니 물건을 전달하는 것 정도야 금방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을 갖고 초코보의 등을 타고 라케티카 대삼림을 날아오른 건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뒤늦은 후회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 모험가가 천천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오히려 부상자인 마냥 대해주는 모습을 보기 불편했다. 그는 천천히 모험가의 곁으로 다가가 들고 온 차를 내주었다. 힘없는 웃음을 흘리며 모험가는 컵을 받아들었다.
"네가 타고 온 초코보는 밖에서 아이들하고 놀고있어. 아주 신났던데."
"그건 다행이네."
컵을 입에 가져갔다. 따뜻한 차를 한모금 마시니 조금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네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들었을 때는 놀랐어. 누님에겐 알리지 말라고 해서 모두에게 그렇게 전달하고는 왔는데……."
"고마워 루나르……."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하자 루나르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정말 그래도 되냐고 물어봤다. 모험가는 차를 한모금 더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선가 야슈톨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자신이 길치인 걸 알면서도 혼자 사람을 찾겠다고 나섰다고요?'
그래, 그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모험가는 괴로움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루나르가 상처가 아프냐고 곧장 물어왔기에 고개를 저어서 부정했다. 그저 지금 상황을 생각하자니 괴로워서 그랬다고 답을 하자 루나르는 금방 납득했다.
모험가는 길치였다. 어떻게 모험가가 길치일 수 있냐는 소릴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길치인 걸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지도를 볼 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도를 보고 위치를 파악하고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장소를 알고 그 둘을 대조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초코보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길치가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틀렸다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 됐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게 지도와 대조하기 편해 방향을 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벽의 혈맹은 모험가가 길치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모험가를 보낼 때면 에테라이트가 근처에 있는 장소나, 정확한 좌표를 알려주었다. 아니면 새벽의 혈맹 중 누군가가 먼저 도착해 모험가를 기다리곤 했다. 그리고 노르브란트는 모험가보다 다른 새벽의 혈맹들이 더 길을 잘 아는 장소였다. 그들은 적어도 1년 이상은 이곳에서 생활을 했으니까. 그러니 노르브란트에서 이동을 할 때면 늘 누군가가 같이했다. 그게 모험가가 개인적으로 받은 의뢰였어도 그랬다.
고마웠지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새벽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자신이 길을 잃지 않는데 쓰고 있다는 사실이 불편했다. 그래서 자잘한 일은 딱히 말하지 않고 몰래 혼자 가자고 다짐했다. 이번에 받은 전달 의뢰도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혼자 라케티카 대삼림으로 향한 것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라케티카 대삼림을 날아올랐고, 순조롭게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라케티카 대삼림은 하늘 높이 자란 나무들이 상당히 많았고, 그 중엔 두께가 상당한 나무들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날아오른 것에 비해 시야가 넓지 못했다. 어디를 보아도 굵은 나무에 시야가 가려졌다. 제대로 똬리가지 마을로 날아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고, 초코보를 탄 채로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확실하게 시야를 가렸고, 손은 지도를 잡고 있어 날아가는 초코보의 방향을 잡아 줄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굵은 나뭇가지가 앞에 나타나 초코보는 급하게 움직였고, 동시에 지도를 든 채 주위를 살펴보려고 모험가가 몸을 움직였다. 그 반동에 자신이 초코보에서 떨어지고 바닥에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초코보의 높은 울음소리가 귀를 찌를때야 모험가는 깨달았다.
"대신 물건을 전달해줘서 고마워, 루나르."
"뭘. 네가 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누님이 계셨어도 당연히 그러라고 했을텐데."
"그리고 오늘 하루 묵고 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그건 딱히 내가 허락하는 게 아니라 감사 인사 받아도 이상한데. 모두 좋다고 말했고, 반가워했으니까."
루나르는 상냥했다. 아니, 똬리가지 마을의 사람들은 누구나 다정했다. 이 일을 마토야에게 말하지 말해달라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상냥했고, 루나르는 어쩌다 떨어지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웃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걱정해주었다.
"모험에 익숙한 것 같아서 전혀 몰랐는데, 길치였구나?"
"세상엔 아무리 오래해도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는게 있더라고. 초코보가 많이 놀란 것 같았는데 다들 잘 놀아줘서 신난 것 같아 다행이야."
"애들이 참 좋아하더라."
"초코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긴 하지."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모험가를 보며 루나르는 푸핫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보면 처음 만났을 때도 이상한 소리를 했었지. 진짜 해낸 거에 비해 참 특이한 녀석이야."
처음 만났을 때? 하고 모험가는 옛일을 떠올려보았다. 그러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 죄식자인 줄 안 사람들이 포위를 하고 자신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산크레드에게 한마디 들은 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래보여도 꽤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모험가는 추억에 잠겼다.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루나르가 조용히 자리를 떴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루나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황한 모험가였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밤의 주민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 다른 일이 있는 모양이라 조용히 다시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밝았던 날은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모험가가 되찾은 어둠이었다.
어둠이 점점 깊어지자 밤의 주민들이 한 명씩 지나가다 모험가를 찾아왔다. 병문안을 온 듯한 모습이었다. 다들 들어와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자리를 떠났지만, 걱정하고 안심하는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의 가장 안쪽엔 감사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모험가는 기쁘고 고마웠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다. 어떤 큰 마음을 먹고 한 일이 아니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다들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좋았다.
이 모습이 보고 싶었다. 이런 일상이, 빛에 겁내지 않는 평범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고싶었다. 그래서 대죄식자를 물리쳤다. 웃으며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점점 의식이 깊은 곳으로 떨어지는 걸 느꼈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벌써 일어났어요?"
분명 전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야……. 마토야."
"영웅님께선 오늘도 모험에 열심이었던 모양이죠? 똬리가지 나무에서 볼 줄은 몰랐는걸요?"
"아, 아니. 딱히 그런건……."
그저 밤의 주민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왔다가 본 것인지, 아니면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건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제발저린 사람처럼 야슈톨라를 쳐다보지 못하는 모험가였다.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는거죠? 마침 잘 됐네요. 오늘 저도 여기서 자고 갈 생각인데. 내일 같이 크리스타리움으로 돌아가면 되겠네요."
"그, 렇네. 그러면 되겠네."
"의뢰 보고도 하루쯤 늦어도 괜찮은 거겠죠? 간단한 배달이고, 급한 건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모험가는 시선을 피했다.
"말 정돈 해줘도 좋았을텐데요. 당장 그렇게 바쁜 사람을 없었을테고요."
"다들 하는 일이 있고,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연구에 바쁘기도 할텐데."
"그래서 초코보에서 떨어질 정도로 길을 찾았던 건가요? 꽤 높은 높이였다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야슈톨라는 웃고있었지만, 모험가는 어찌할 줄 몰랐다.
"크게 다치지 않았던 것 같으니 더는 말하지 않겠지만, 다음부턴 한마디 하고 가요. 특히 라케티카라면 더더욱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가기로 하죠. 콜루시아나 일 메그는 트인 장소라 잘 찾아가서 괜찮지만요. 아, 템페스트도 말하고 가기로 하죠. 요새 그곳에 자주 간다고 들어서요."
"그런 정보들 대체 어디서 얻는거야?!"
야슈톨라는 말 없이 웃었다. 아무래도 정보의 출처는 말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애초에 들을 기대를 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으니 모험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앞으로의 행동을 어찌 해야하야 하나 고민들었다.
"좀 더 자도록 해요. 아직 아침이 찾아오긴 멀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알피노와 알리제가 크리스타리움으로 오면 말할테니 그렇게 알고요."
"산크레드와 위리앙제……. 수정공에게는?"
"당연히 말할건데요?"
아무래도 당분간 감시 아닌 감시를 당하는 생활이 될 것 같았다. 모험가는 자신이 길치인 사실이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싫었다. 아니, 언제나 자신이 길치인 건 싫었다. 위리앙제가 물 위를 걷는 방법을 찾는다면, 자신은 길을 찾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오늘도 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이었다.
어느 날의 이야기. 깊은 바닷 속, 사람은 찾아가기 힘든 장소. 온도족들이 살고 있는 심해의 한 장소에는 가장 오래된 마도사가 만들어 낸 도시가 있다. 머나먼 과거에 존재한 도시를 재현해 놓았다는 그 장소는 마도사가 사라진 지금까지 남아서 바닷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모험가는 어째서인지 그곳을 종종 찾았다. 이유가 있어 찾아가는 것이냐 물어보면, 온도족에게 의뢰를 받는 일이 있다거나 어떤 의상을 얻어야 한다고 대충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게 진심으로 하는 답같아 보이진 않았다. 오늘도 모험가는 템페스트를 찾아가기로 했다.
"같이 오지 않아도 될 텐데."
"나도 언제 다시 한 번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간다고 하니 따라온거네.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
오늘은 혼자가 아닌 알피노가 함께였다. 알피노와 함께 다니는 것은 좋았지만, 오늘은 약간 불편했다. 들키면 안될 장면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딱히 알피노가 함께해서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템페스트를 찾아가서 사실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같이있는 알피노의 시간만 낭비되는 것 외에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불편할까 생각해보니 내심 이곳을 찾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아주 약간 예상할 수 있어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항상 온도족의 핑계를 대왔으면서, 모험가가 도착한 곳은 온도족이 사는 곳이 아닌 아모로트였다. 온도족이 사는 곳에 가는 것도 사실 맞았다. 평소엔 그곳에서 초코보를 타고 아모로트를 향해갔다. 단지 오늘은 동행이 있으니 곧장 아모로트로 왔을 뿐이었다. 동행도 있는데 길을 잃어버리면 큰일이기도 하니.
"딱히 하는 건 없으니까 잠시 있다가 온도족 만나러 가자. 온도족에게 볼 일 있어서 온 거지?"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오늘은 정말로 자네를 따라 온 것 뿐이니."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신경이 쓰일테지만, 일단 모험가는 알피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말을 해도 알피노는 자신의 마음을 굽힐 생각은 없어보였으니, 더 이상 알피노를 돌려보내려고 말을 해도 소용 없터였다.
거대한 고대인들의 도시이기 때문인지 길도 무척 컸다. 초코보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건물 하나를 이동하는 것 만으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였다. 초코보의 등에 알피노와 모험가가 같이 타고 적당히 고대인들의 환상이 보이는 곳과 건물이 보이는 곳에서 내렸다.
고개를 높게 치들어도 끝을 보기 힘든 커다란 건물.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봐도 넓고 긴 도로가 보이는 거대한 도시. 그곳엔 검은 로브를 입은 커다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은 모험가에게 있어서 한없이 낯선 것이었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내심 익숙한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곤 했다. 감정의 끓어오름에도 모험가는 침착하게 자신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이곳을 찾아오곤 했다.
가끔 덮어놓으려고 했던 과거의 감정들이 자신을 휩쓸어 덮치려 할 때, 그 감정을 밀어내고자 이곳을 찾았다. 끓어오르는 감정은 늘 과거에서 튀어나오는 감정들을 밀어 지워주곤 했었다. 자신이 만든 이 도시를 모험가가 이런 식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안다면 꽤나 불쾌해하겠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 모험가는 웃음을 흘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차분한 알피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험가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글쎄……."
무슨 말을 해야 제대로 전해질까. 아니, 제대로 전해야 하는 생각이고 감정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괜한 걱정을 사기 딱 좋은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차분해지는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확실히 동의하네만……."
알피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섞여있었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모험가는 고개를 돌려 알피노를 바라보며 웃었다.
"괜찮아, 알피노. 네가 걱정할만한 일은 하나도 없어."
모험가에겐 두 번 다신 만나고 싶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감정들이 이곳에는 있었다. 발을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치에 치이는 것 같이 무겁고 짙게 깔린 감정들을 모험가는 이해했다. 그렇기에 이 장소를 만든 그의 심정을 이해가면서도 이해 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수렁에 가두는 장소를 자기 스스로 만든 그 심정이 대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젠 알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하는 행동을 그는 불쾌해하겠지.
"이만 가자 알피노."
"벌써 된 건가? 정말로 나는 괜찮네."
"아니야, 말했잖아. 딱히 뭐가 있어서 오는 게 아니라고. 그냥, 그냥……."
몇번 입을 뻐금거리다 알피노를 바라보며 모험가는 쓰게 웃었다.
"그저 감정이 휘몰아칠 때 찾아오는 것 뿐이니까."
"……그런가."
"그리고 온 김에 온도족들 부탁드로 들어주고, 마물도 잡고 그러는거지."
"역시 마물인지 하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었군."
모험가는 알피노의 말에 딱히 답하지 않았다. 그러니 웃고 있는 그의 표정을 보며 긍정의 침묵이라는 것을 알피노는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모험가에게 휘몰아치는 감정이, 이곳에 치이는 것과 비슷한 고독과 그리움이 없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언제나 모험가는 표현을 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괜찮다는 듯 그저 웃으면서 자신들을 보았다.
그가 이 장소에 찾아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의 심정을 확인하고자 이번에 동행한 것이었지만, 아직 모험가는 티를 낼 생각도 말을 해줄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서 가자, 알피노."
"그래. 가지."
자신을 보며 웃으며 손을 뻗는 이 모습 또한 진심이란 것을 알피노는 알고 있었다.
모험가와 알피노는 아모로트를 뒤로 했다. 이 장소는 얼마나 남아있다가 사라질까. 그건 알 수 없었다. 단지, 이 장소가 사라지기까진 아주 오랜시간이 걸릴 거라는 사실만큼은 모험가는 알 수 있었다.
"같이 온 게 알피노라서 다행이야.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로 같이 못 왔을거야."
"알리제가 들었다면 서운해 할 이야기로군."
"그러니까 비밀로 해줘. 고마워, 언제나 힘들 때 같이 있어준 게 알피노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래. 나도 자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언제나 고맙네."
낮고 천천히 알피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코보를 타고 온도족이 사는 곳을 향해 날아갔지만, 결국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알피노의 길 안내를 들으면서 천천히 길을 찾던 모험가는 겨우 온도 바다웅덩이를 발견하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갔다. 내려오자 마자 모험가가 알피노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알피노는 웃으며 이럴 줄 몰랐던 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신경써주려고 한 말이었겠지만, 어쩐지 알피노의 그 말이 더 아픈 모험가였다.
그런 흔하디 흔한 영웅이라 불린 어떤 모험가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