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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래 왜냐하면




  • 파이널 판타지14 창천의 이슈가르드 네타가 있습니다.
  • 빛의 전사의 호칭은 '모험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빛의 전사의 묘사는 크게 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를 생각하며 쓰고 있기 때문에 읽으실 때
    여성 캐릭터로 생각하시는 게 편하실 수 있습니다.
  • 여러모로 게임 내 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021.04.30 포스타입에 올렸던 글)






모험가가 이슈가르드의 포르탕 저택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래도 종종 용머리 전진기지를 찾아간다는 건 포르탕 저택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찾아가는 이유가 한 사람 때문이라는 사실은 굳이 입을 담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포르탕 백작이 모험가를 찾을 때 자연스레 답변이 나온 것도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사의 답변에 포르탕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험가를 손님으로 맞이해야한다 주장 했던 건 그였고, 그와 모험가가 친한 사이란 건 포르탕 백작도 잘 알고 있었다. 모험가의 잦은 방문도 벗이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포르탕 백작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 문이 닫혀있던 이슈가르드에 낯선 방문자는 화제가 되기 쉬웠고, 사람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헛된 소문이 나돌아다니기 좋았다. 거기에 알아서 용머리 전진기지를 찾으며 이야기를 부풀려주니 사람들은 모두 소곤소곤 한마디씩 덧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단순한 맹우가 아니라 모험가와 포르탕 가의 사생아 오르슈팡은 좀 더 깊은 관계에 있다고.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험가는 오늘도 오르슈팡이 준 검은 초코보를 타고 용머리 전진기지를 찾아갔다.

 

"오~르슈팡!"

 

에테라이트를 타고 오면 금방일텐데, 모험가는 항상 오르슈팡이 키워서 준 검은 초코보를 타고 용머리 전진기지를 방문했다. 초코보를 키워 준 오르슈팡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려면 타고 다니는 수 밖에 없다며 모험가가 이래저래 생각한 결과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오르슈팡은 매번 기쁘게 모험가와 초코보를 반겨주었다.

 

"왔는가! 오늘도 너와 초코보는 기운차 보여서 무척 좋아."

"누구의 벗이고 누구의 초코보인데. 안그래~?"

 

말을 알아들은 마냥 옆에서 초코보가 꾸엑~ 하고 소리를 낸다. 그걸 들은 오르슈팡과 모험가가 웃고 있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병사가 초코보를 데리고 가겠다며 자연스럽게 고삐를 잡았다. 검은 초코보도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따라갔고, 모험가가 손을 흔들어 초코보를 배웅해주고는 건물 안 적당한 의자에 앉았다.

 

"오늘도 바쁘신가?"

"저번보다는 많지 않아. 그 때처럼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거야."

"오래 기다려도 상관 없는데. 모험가는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부탁 받은 일이 많지 않나?"

"아직까지는 이방인을 낯설게 보는 사람이 더 많아서. 포르탕 백작님이 아르투아렐과 에마넬랭을 도왔으면 하셨는데 그 일도 끝났고. 에마넬랭때는 직접 와줬으니까 알겠지만. 여튼 그 이후 부탁이라곤 하나도 안들어왔어."

 

에마넬랭의 이름을 들은 오르슈팡은 쓰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의 일이 살짝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때 달려와준 오르슈팡은 멋있었어~ 하고 한마디를 더 할까 고민한 모험가였지만, 그 말은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꺼내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벗은 꼭 그때만 믿음직스럽고 멋있는게 아니었으니까.

 

"후후, 너의 시선이 뜨겁군. 그 열기를 너와 함께 커르다스에 흩뿌리고 싶을 정도야."

"좋아. 식사 전 가벼운 대련이면, 입맛도 돌거야."

"오늘 하루 듣던 이야기 중 가장 반가운 소리야. 이거, 빨리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용머리 전진기지에 있는 모든 병사들은 오르슈팡의 저 말을 저렇게 당연하게 받아내다니 역시 괜히 벗인게 아니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 두번 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오르슈팡의 언동이 언동이다보니 볼 때마다 모험가의 반응이 무난하게 나오는 게 놀라웠다.

 

평소엔 용머리 전진기지의 부하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오르슈팡이었지만, 가끔 모험가가 찾아올 때는 따로 준비된 장소에서 모험가와 둘이 식사를 했다. 둘의 반응을 보아 딱히 약속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당연하다는 듯이 모험가가 찾아오면, 오르슈팡은 요리사에게 둘이 같이 먹을 식사를 부탁하곤 했었다. 그게 반복된 지금은 오르슈팡이 말을 꺼내지 않아도 모험가가 오면, 요리사는 둘이 같이 할 식사를 준비했다. 모험가가 오는 시간은 항상 식사시간보다 훨씬 일찍이었기에 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평소라면 작전회의를 할 장소에 모험가는 앉아서 오르슈팡을 바라보았다. 가끔 방해를 하면 안될 것 같을 때는 용머리 전진기지 내의 사람들에게 인사와 말을 건네며 돌아다니거나, 커르다스를 돌아다니면서 마물을 처리하곤 했다. 오늘처럼 딱히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날에만 의자에 앉아 오르슈팡을 계속 바라보았다.

 

"정말 잘 앉아있는군. 돌아다니는 게 일상처럼 보였는데, 이럴 때마다 내심 모험가 같지 않아."

"솔직한 감상과 차 고맙네요, 코랑티오."

 

모험가는 웃으면서 차를 받는다. 기왕이면 오르슈팡이 주는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일 하느라 바쁜 사람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할 정도로 양심이 없진 않았다. 약간 식은 몸에 따뜻한 차가 들어오자 점점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모험가의 표정이 가볍게 풀렸다.

 

그 후로는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가끔 모험가를 본 병사가 가볍게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감사를 표하기도 했지만 순간이었다. 그곳에 앉아있는 게 당연한 사람처럼, 과장되어 말하자면 원래부터 용머리 전진기지에 있는 장식품처럼 모두 그 자리에 모험가가 있는 게 당연하게 행동했다. 오르슈팡은 찾아온 벗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다는 생각 아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좋아. 이걸로 마무리인가."

"네, 수고하셨습니다. 요리사에게는 제가 말을 해둘테니, 두 분은 '눈의 집'으로 먼저 가 계시죠."

"그 전에 대련이 먼저지. 너의 더욱 강인해진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지 않겠나!"

"그래, 오르슈팡이 괜찮다면 대련이야 얼마든지."

"오오, 아주 좋아!"

 

방금까지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의 모습치고는 혈기있는 오르슈팡을 보며 모험가는 웃으며 답했다. 비슷한 생각을 다른 부하나 병사들도 했겠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모험가와의 대련이 막힌 오르슈팡의 약간 원망섞인 시선을 잠시 받아야 할지도 몰랐기에. 코랑티오만 팔짱을 끼며 작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두 사람의 대련은 정말로 가벼운 대련이었다. 그래도 오르슈팡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대련이 끝나고 아주 좋다고, 너는 매번 강인해진다며 그 단단한 육체에 앞으로도 얼마나 큰 강함이 쌓여갈지 기대가 된다며 말을 늘어놓았다. 과찬이라는 모험가의 말은 오르슈팡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식사가 준비된 눈의 집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병사들 사이에는 소곤소곤 오가는 소리가 있었다. 역시 올 때마다 단둘이 식사라니 무언가 있다고. 가끔 이슈가르드로 가면 거기에서도 둘의 사이가 화제라는 이야기가 주였다. 코랑티오는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주의를 주었다.

 

"저 두 분은 정말 '아주 좋은' 벗일 뿐이다."

 

오르슈팡의 말을 따라하며 말을 하자 병사들은 조용해졌다.

 

이젠 눈의 집으로 불리는 응접실엔 요리가 준비되어있었다. 따뜻해보이는 요리에는 약간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르슈팡이 먼저 앉으라며 제스쳐를 취하자, 모험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고는 의자에 앉았다. 모험가의 맞은편에 오르슈팡이 앉았다. 그렇게 바라보는 모험가의 얼굴은 아까와는 다른 사람이 앉은 것처럼 그늘져있었다.

 

"미안해, 오르슈팡. 매번 번거롭게해서."

"늘 말하지만 벗을 위한 건데 이런 일은 별거 아니야. 게다가 너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다니 나에게는 즐거운 일인걸. 식기전에 먹어."

"응..."

 

천천히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모험가를 보고 오르슈팡도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식사는 오래 되지 않을거란걸 안다. 곧 모험가가 스푼을 내려놓을터였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든 오르슈팡의 시선엔 예상대로 스푼을 놓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험가가 보였다.

 

"미안해..."

 

모험가는 가끔 그랬다. 종종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새벽의 혈맹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고,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알피노와 타타루의 앞에선 그럴 수 없었다. 타타루는 같이 괴로워 할 것이 뻔했고, 알피노는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을 시작하겠지. 자신은, 자신만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해야 둘 모두 안정적으로 이슈가르드에서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은 모험가니까.

 

그래도 모험가도 사람이었고, 그렇게 문득문득 덮쳐오는 감정들을 모두 담아두고는 버틸 수 없는 존재였다. 쫓기는 신세가 되었을 때, 오르슈팡에가 달려갔 듯 모험가는 그 언제 휘몰아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르슈팡에게 달려갔다. 언제나처럼 오르슈팡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저 미안하다는 말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오르슈팡에게 향하기도 했지만, 새벽의 혈맹에게 향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 오르슈팡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건을 들고 자신의 벗의 곁으로 걸어갔다.

 

"미안해..."

"괜찮아. 누구나 쏟아내고 싶은 순간은 있지. 요새의 너는 그 순간들이 너무 잦을 뿐이야.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네가 괜찮다면 언제든지 너를 돕고 너를 지탱해줄 자신이 있어. 넌 나의 아주 좋은 벗이니까."

 

오르슈팡은 알고있다. 힘든 일이 있음에도 앞을 바라보고, 반짝이는 눈동자와 밝은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며 나아가는 모험가의 모습을. 지금은 그 별빛이 폭풍우에 나빠진 날씨 속에 흐려졌을 뿐이란 사실을 오르슈팡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바라자면 이 시간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방패가 깨지고, 하늘이 뒤집어진다. 오르슈팡이 자신의 몸이 쓰러지고 있음을 깨닫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울고있는 모험가의 모습이 보였다. 혐의가 모두 풀리고 난 이후에는 별로 보지 못했던 모습이지만, 그래도 아주 익숙한 모습이었다.

 

모험가가 다급히 오르슈팡의 손을 잡았다. 당장이라도 예전처럼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릴 것 같은 표정에 오르슈팡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사 했구나... 넌, 잃어선...안 될.. 사람이니까."

 

모험가는 고개를 젓는다.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고 점차 오르슈팡이 오래 봐왔던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슬픈, 표정은... 영웅에겐... 어울리지... 않아..."

 

쉬어가도 좋다고, 지쳤으면 잠깐 멈춰있어도 좋고 슬퍼해도 좋다고. 그런식으로 말해주던 오르슈팡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다. 그 낯선 말은 오랜시간 오르슈팡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모험가는 이를 악물고는 가능한 환하게 그에게 웃어보였다.

 

아, 그래. 우는 너를 지탱해주는 벗인 것도 좋았지만 그래도 역시.

 

"후후, 역시... 넌.... 웃는 얼굴이... 좋아...."

 

오르슈팡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하지만 쓸쓸하진 않았다. 계속 지켜봐야 했던 눈물이 아닌 웃음으로 이별을 고할 수 있었으니까.

 

모험가는 힘이 빠져 고개가 떨구어진 오르슈팡을 보고 이를 악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비공정에 가 있었다. 그 순간 모험가는 복수를 다짐했다. 자신의 어리숙함에, 자신의 나약함에, 자신의 벗을 빼앗아간 당사자에게 한 순간 피어오를 복수를 품었다. 그리고 벗의 소망을 짊어졌다.

 

슬픈 표정은 영웅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했다. 그러면 웃자. 웃으면서 있자. 모험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오르슈팡이 떠나갔어도 자신은 웃으면서 그의 뜻을 지켜나가겠다고. 기사는 아니지만, 기사인 그를 기리며 행동하겠다고. 비록 좋은 기사는 될 수 없지만, 이슈가르드의 백성과 친구인 그를 위해 무기를 들겠다고.

 

'나는 네가 최고로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