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판타지 14 신생 에오르제아의 네타가 있습니다.
- 빛의 전사의 호칭은 '모험가' 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빛의 전사의 묘사는 크게 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를 생각하며 쓰고 있기 때문에 읽으실 때
여성 캐릭터로 생각하시는 게 편하실 수 있습니다. - 여러모로 게임 내 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험가는 달리고 달렸다. 이것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린 적이 있었음에도, 다리는 한계를 맞이한 듯 무거웠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쇳덩이를 매달고 달리는 느낌이었다.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그러지 않았다. 모험가는 뒤돌아 볼 용기를 낼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걸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계속 들었다. 한명씩 불안함을 담은 말을 꺼낼 때, 누군가의 시체가 발견 되었을 때 조차도 괜찮을거라며 흘려넘겼다. 일은 잘 마무리 될 거라고 믿었다. 뒤늦게 생각해보면 스스로 함께할 사람을 찾으러 다닐 때부터 불안함이 목 뒤에 서려있었다. 그것을 못 본 척 한 것이 자신이었을 뿐.
모험가는 동료를 믿었고, 함께 쌓아올린 성과를 믿었고, 그로인한 타인이 자신들에게 주는 신임을 믿었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확실한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부를 얻기 위해 모험가의 길을 나서고, 할 수 있는 부탁을 하나씩 이뤄나가며 '영웅'이 된 모험가는 자신이 얻은 동료와 쌓아올린 성과들이 사라지지 않을 보물이라 생각했다. 비록 원하던 부는 얻지 못했지만, 이정도면 정신적인 부는 쌓인 게 아닐까.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답답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봤자 모험가는 이제 영웅이 아닌 범죄자였다. 아무도 자신에게 손을 뻗어주지 않을터였다.
길고 긴 수로를 달려나갔다. 함께 이곳을 찾아온 동료들은 곁에 없었다. 아직 건물 안에서 싸우고 있을 파파리모와 이다. 수로의 병사들을 막고자 두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야슈톨라와 산크레드. 무언가를 듣고서 헤어져버린 민필리아.
속으론 몇 번이고 그들의 곁에 남겠다고 외치고 있었다. 싸우는 건 자신의 특기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험가는 영웅이 되었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자신이 남아서 싸운다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마다, 숨을 쉬는 순간마다 머리를 가득 채웠으나 그런 선택은 할 수 없었다.
알고있다. 그런 소리를 하면 그들이 남아준 의미가 없다.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각오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자처했는지도 안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며 돌아섰다. 마지막 민필리아가 떠날 때에도 붙잡고 싶었다.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병사에게 들킨다면? 잡혀버린다면? 다른 사람들의 각오와 노력은 어디로 가는거지?
모험가는 달렸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나갔다. 설령 달려서 도착한 곳이 늪과 같더라도, 진흙으로 더럽혀질 삶이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바라는 불빛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수로의 끝, 빛이 들어오는 곳까지 앞만 보고 달려나갔다.
결국 모험가가 쌓아 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성과도, 쌓아올린 신임도 없는 것이었다. 빈 손을 쥔 채 무언가 갖고 있다고 착각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성과를 인정해주던 동료조차 없어져버렸다.
수로의 끝이 보인다. 빛이 모험가의 두 눈에 들어왔다. 모험가는 이를 악물고 무거운 다리를 힘차게 이끌면서 빛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 끝이 정말 끝이 될 것인지, 시작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험가 본인 조차 알 수 없는 먼 미래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