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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일상 7-2



  • 파이널 판타지 14(FF14) 칠흑의 반역자 (레이드 스토리 포함) ~ 효월의 종언 (6.1 초반 포함) 의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효월의 종언 엔딩 이후의 시간대로 썼습니다.
  • 빛의 전사의 호칭은 '모험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게 묘사를 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이며 주직업은 음유시인이라는 설정입니다.
  • 논커플링 일상물을 지향하며 쓴 글입니다.
  • 캐해석의 차이, 설정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당한 날조로 쓴 글입니다. 본 글은 게임의 공식 설정을 따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이 불편하시면, 뒤로 버튼을 누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파랑새와 모험가가 새벽의 혈맹을 보러 가는 일상 두번째

(2023.05.23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던 글)








천장 끝까지 뿐만 아니라 지하 깊은 곳까지 이어진 누메논 대서원을 처음 봤다면 그 누구든 감탄에 말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만약 구브라 환상도서관을 먼저 가본 경험이 없었다면, 모험가 또한 대서원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책을 찾을 생각은 못하고 감탄에 빠져 발을 멈추고 시간을 낭비했겠지.


다행히 모험가는 구브라 환상도서관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마주한 적이 있었고, 처음 누메논 대서원을 방문했을 때 원래의 목적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 후 모험가는 몇 번이고 대서원을 찾았기에, 어느정도 대서원의 규모에는 익숙해진 참이었다.


"이 자리가 야슈톨라님이 쓰고 계시는 자리입니다."

"정리하지 못한 책더미가 아니라?"

"전부 야슈톨라님께서 대출신청 혹은 대서원 내에서 읽고 계신 책입니다."

"굉장해. 옛날에도, 이정도 사람 없었어. 헤르메스도, 없었어."


모험가는 동료인 미코테 여성을 보러 왔지만, 보게 된 것은 산처럼 쌓인 책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책들을 한 사람이 쌓아서 봐도 되도록 허락해주는 걸 놀라야 하는 걸까. 이렇게 많은 양의 책을 다 보고 있을 미코테 여성에게 놀라야하는걸까. 모험가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미코테 여성은 현인이었다. 그 특수한 위치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양의 책을 대출하거나 꺼낼 수 있는걸지도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았다. 쌓여있는 책은 서있는 모험가의 키와 비슷한 높이였으니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안내해드렸습니다. 필요한 도서나 다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수고,했어!"


자신의 어깨에 앉아 떠나는 마법인형에게 밝은 인사를 건네는 파랑새의 목소리가 귀 아플 법도 한데 모험가는 쌓인 책만 바라보며 어쩐지 곤란한 웃음만 짓고 있었다.


"야슈톨라가 없는건 다행이지만, 이거 우리가 도와줄 건 없을 것 같은데."

"선물, 없어?"

"가져 온 게 있기야 있지만......"


라스트 스탠드의 음식은 무척 맛있다. 과연 올드 샬레이안의 최후의 보루. 그렇게 불릴만한 이유가 있고, 납득이 되는 맛이었다. 아무리 맛잇는 것이라 해도 계속 반복해 먹으면 어느 순간 다른 맛을 맛보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지 않은가.


모험가는 어느정도 요리에 자신이 있었고, 현인들이 한가지에 빠지면 식사를 멀리한다는 것을 오래 지내왔기에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구브라 환상도서관에 이어 누메논 대서원이라니. 미코테 여성의 식사에 걱정이 되는 루트였다.


그러나 음식은 어디까지나 덤이었다. 미코테 여성이 모르게 도와서 깜짝 놀라게 하는게 주된 모험가의 계획이었다. 그렇게 놀라게하고 음식으로 두 번 놀라게 하는게 목표였는데.


"이정도면 그냥 필요한 책은 다 찾아서 쌓아놨다고 보면 되는거 아냐?"

"메테이온, 날아,서 가져올 수, 있어."


높은 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인지 파랑새는 어깨에 앉은 채 살짝 날개를 펼치고는 파닥파닥 움직였다. 날갯짓이 작게 부는 바람이 뒷목부분에 닿아 좀 시원해졌다.


파랑새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무슨 책을 가져오면 될지 모험가는 몰랐다. 미코테 여성이 무얼 찾으며,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았다. 그러나 그걸 찾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지식들이 무엇인지는 모르니 책을 찾아주는 도움 같은 건 줄 수 없었다.


도시락을 건네주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하나. 사실 도시락만 딱 놓여있어도 어머, 하며 놀라는 척 해줄거 같긴 한데.


"실례하겠습니다."


익숙한 마법인형의 목소리가 들려서 자연스럽게 모험가는 뒤로 물러섰다.


"아까의, 인형?"

"이건 다른 인형."

"같은 모습 인형, 잔뜩!"


모험가와 파랑새를 책더미에 안내해준 마법인형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손에 책을 몇권 올리고서 아슬아슬하게 걸어오더니 책더미 근처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멈춰있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후 한숨을 내쉬며 숨돌리기를 하는 모습같이 보였다.


"고생이 많네."


마법인형이라면 힘들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모험가는 숨돌리는 듯 잠시 멈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앞으로도 다수의 책을 운반하여야합니다."

"몇 권? 잔뜩?"

"네, 그렇습니다."


메테이온의 질문에 마법인형은 친절히 답해주었다. 생각해보면 메테이온은 새라 마법인형이 답을 해줘야한다고 프로그램 되어있지 않을텐데. 누메논 대서원에 있는 마법인형들 모두 메테이온의 말에 아무 이상 없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이게 올드 샬레이안의 마법인형인가. 성능 좋은데.'

"메테이온, 도와도, 돼?"


모험가가 이상한 생각에 잠겨있을 때 어느새 마법인형과 파랑새 사이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는지, 정신차리자 모험가의 어깨가 아니라 마법인형의 머리 위에 파랑새가 앉아있었다. 당황한 모험가는 아까까지 파랑새가 앉아있던 자신의 어깨를 보고 마법인형의 머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파랑새를 잡았다.


"메테이온, 멈추면 안되니까 막 다가가면 안돼."

"이대로라면 돌아오실 때까지 요청을 다 이룰 수 없게 됩니다.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누메논 대서원의 마법인형에게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들어본 적이 없어 모험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도와달래, 의뢰!"

"누메논 대서원의 마법인형에게 의뢰를 받게 될 줄은 몰랐는데. 누가 돌아올 때까지?"

"현인 야슈톨라님께선 책을 대출하시고 저지 드라바니아에 가셨습니다. 외출하실 때 책의 검색, 배달을 요청하셨습니다."

"저지 드라바니아라면......"


구브라 환상도서관이나 마토야님께 돌아간건가. 길이 어긋난 모양이라 다행이었다. 만약 마토야님 만날 때 왔다면 피하지도 못하고 마주치게 될테니까. 그러나 누메논 대서원의 책을 가지고 그곳까지 향한 미코테 여성은 정말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 다웠기에 모험가는 약간 쎈 콧바람을 내면서 웃었다.


그곳에서 교차검증이라도 하러 간거겠지. 지식의 끝을 봤다고 하는 이아들의 앞에서 지식을 쫓는 입장임에도 당당히 말하던 모습이 떠오르고 마는 것이었다.


"응? 책 배달, 돕는 거, 야슈톨라, 돕는 거!"

"야슈톨라는 몰라주겠지만, 뭐 상관없나."


아까부터 책을 만져보고 싶었는지 자신도 꺼낼 수 있다고 말하는 파랑새의 어필을 무시하기도 미안했고, 처음으로 들은 대서원의 마법인형의 도와달라는 의뢰를 못들은 척 하기에도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어 흔쾌히 수락하기로 했다.


파랑새가 기뻐 웃는 소리는 새의 높은 울음소리가 되어 울려퍼졌고, 책을 내려놓은 마법인형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면서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기쁨을 표현했다.


책을 찾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책의 이름과 위치는 마법인형이 다 알고 있어서 기록해 주었고, 파랑새와 모험가는 정말로 책을 찾아서 정해진 위치에 놓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단지 책 리스트가 많아서 문제였을 뿐.


끝에서 끝까지 완전 정반대에 있는 책도 있으면,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하는 책도 있었다. 모험가가 가지 못하는 곳은 마법인형이 내려갔고, 모험가가 갈 수 있는 층에서 메테이온과 나눠 책을 찾았다.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고, 이쪽 저쪽 걸어다니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단지 그뿐인데도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가고, 숨도 찼다. 마지막 책을 내려놓는 순간 모험가는 자신도 모르게 휴 한숨을 내쉬고 숨을 돌렸다. 자신이 보고 안쓰럽게 생각한 행동을 자신이 그대로 했다는 걸 깨달은 모험가가 움찔 반응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별거 아닌걸."

"이건 의뢰에 대한 보상입니다."

"어? 아니, 이런 것까진 필요 없는데."


마법인형은 얇은 책을 두손으로 조심히 모험가에게 건네주었다. 모험가는 몸을 숙여서 얇은 책을 받아서 팔랑팔랑 가볍게 넘겨보았다. 페이지엔 그림이 가득하고 글은 적은 애들이 읽을법한 그림책이었다.


책은 파랑새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야슈톨라님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이 책을?"

"네."

"언제?"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단지 의뢰에 대한 보수로 전달해달라 받았습니다."

"......"


모험가는 입을 다물었다. 대체 언제? 그런 생각과 함께 입을 열려고 했지만, 모험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보다 먼저 마법인형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만약 모험가님에게 질문을 받아도, 받지 않아도 이렇게 말을 전달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몰래 다니지 말아요. 모두 말은 안하지만, 당신의 얼굴을 꽤 보고싶어 하니까요.' 이상입니다."

"...야슈톨라에게는 고맙다고, 잘 읽을거고 다음에 보자고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조심히 가시길. 언제든 원하시는 도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이미 저지 드라바니아에서 돌아와 있었던 걸까. 그러면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걸까. 혹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모험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이 알고있는 미코테 여성은 찾을 수 없었다.


모험가는 도시락을 미코테 여성의 자리에 올려놓고, 마법인형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파랑새도 모험가를 따라 날개를 하나 펼치고 마치 손을 흔드는 것처럼 날개를 퍼덕였다. 마법인형은 살짝 고개를 숙여 둘에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누메논 대서원을 나오는 모험가의 걸음에 맞춰 새의 울음소리가 옅게 들렸다.


"즐거웠어? 책은 안무거웠어?"

"응. 마법, 가벼웠어! 다들, 함께했어."

"누군가의 사역마라고 생각했을까. 메테이온이 즐거웠으면 됐어."

"근데, 그건?"

"이건 나중에 밤에 읽자."

"좋아!"


모험가의 책 읽는 솜씨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몸을 쓰면서 놀아주는 쪽이 더 익숙하기 때문일까. 미코테 여성은 그걸 알고 해준 선물인지 모르고 해 준 선물인지 알 순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 밤 모험가의 이상한 낭독을 들으며 깔깔 파랑새의 웃음소리가 모험가의 집에 채워질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활을 꺼내 순식간에 화살을 겨누고 활시위를 당기는 모험가의 눈매는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의 날카로운 눈과 같아졌다. 그리고 사냥감을 정확히 바라본 눈과 망설임없는 손끝이 활을 놓아 아까 들은 높은 음의 비명과는 다른 두꺼운 포효를 만들어냈다.


퉁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험가는 정신없이 달려갔다. 활을 꺼내자마자 몸에서 떨어져 모험가의 뒤, 좀 높은 곳에서 날고 있던 파랑새가 그를 따라 날아갔다.


라비린토스에서는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나곤 했다. 안전장치가 있어서 사람이 크게 다치는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지만, 갑자기 마물이나 동물들이 호전적으로 달려들 때가 있어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 장소가 라비린토스였다.


그리고 그 비명은 저 먼 달에서부터 온 손님들이 자리잡고 난 이후 횟수가 더 늘어난 편이었다.


"트래블링웨이, 괜찮아?"

"으아아아 모험가님..."


하얗고 복실복실한 털에 긴 귀를 가지고 있는 작은 몸집의 그들은 덩치 큰 짐승들의 눈에는 역시 사냥감으로 보이는 것인지 이런식으로 습격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다행히 다친 레포릿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지만.


"왜 동행없이 혼자 나왔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라비린토스의 지역을 돌아다닐 경우 동행자와 함께 다니기를 철학자위원회에서 권고했지만, 가끔 이런식으로 권고를 따르지 않는 레포릿을 만나게 되곤 하니 비명의 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모험가는 혹시 동행자를 놓친건가 싶어 주위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이정도 소리가 나오면 레포릿들의 호위이자 동행자인 엘레젠 남성과 휴런 남성 둘 중 한명은 나와야 정상이었다.


"산크레드는 만날 사람이 있다 하여 이곳에 없고, 위리앙제는 다른 레포릿들과 라비린토스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진짜 혼자나왔어? 위험하게. 빨리 돌아가자. 마침 위리앙제를 만나러 갈 생각이었거든."

"모험가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으응?"


패기있는 목소리에 당황한 모험가가 이상한 목소리를 흘리는 걸 들으며 파랑새는 레포릿의 머리 위에 앉았다.


"저, 저를 바깥으로 데려가 주세요!"

"바깥이라니 어디? 올드 샬레이안?"

"위가 아니라 바깥이요! 저는 여러분들이 지냈다고 하는 에오르제아가 궁금하고, 동방도 무척 궁금합니다!"


레포릿들은 자신의 이름을 선택해서 달았다고 했지. 그래서 그런지 정말 이름에 똑 맞는 행동을 하는 편이었다. 트래블링웨이도 마찬가지겠지. 오히려 지금까지 얌전히 라비린토스 안에서만 돌아다녔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데려가 주는 것자체는 어렵진 않지만, 밖은 라비린토스보다도 훨씬 넓고 훨씬 위험해. 마물이 득실득실 한게 밖이야. 누군가 같이 가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지만, 다른 레포릿들은 계기가 없으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걸요. 위리앙제는 다른 레포릿들까지 다 신경쓰느라 바빠서 하나하나 챙겨줄 수 없습니다. 역시 제 일은 제가 해야해요!"

"그 마음은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싶지만......"


다른 말로는 레포릿들은 자신들 이름에 붙은 요소 말고 다른 요소들에 대한 관심도는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들 자신들이 관심있어 하는 곳에 망설임없이 돌진하는 편이라,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무리로 다녀야 하는 경우엔 이런 일이 종종 생겼다.


지금까지는 위리앙제가 어떻게 잘 챙긴 모양이었는데, 역시 한사람만으론 한계가 보이는 것 같다. 달에서 아이테리스에 내려온 레포릿이 한 둘이 아닌데 개개인 다 신경쓰는건 불가능한 일이긴 하고.


가장 좋을 방법이 뭐가 없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위리앙제를 찾아오고, 야슈톨라에게 조언을 얻을걸 그랬나. 머리를 쓰는 건 영 맞지 않는 모험가는 팔짱을 끼고 음 소리를 내며 모처럼 깊이 고민했다.


"저기, 저기."


레포릿 머리 위에 앉은 파랑새가 모험가를 불렀다.


"그거, 종이. 모험가, 받은거! 즐거운거!"

"...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모험가는 서둘러 가방에서 고이 접어놓은 종이를 하나 꺼내고 펼쳤다. 접힌 종이는 꽤 컸고, 그 안에 작은 종이가 하나 같이 접힌채 들어있었다. 큰 종이는 벽에 붙이는 포스터같은 모습이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작은 종이는 전단지 같았다.


"이거 받아."

"이게 뭔가요?"

"내가 있었던 에오르제아에 그리다니아 라는 도시가 있거든. 거기에서 알 사냥 축제라고 축제가 곧 열릴 예정이야."

"축제! 아이테리스의 축제군요!"


레포릿은 살짝 떨리는 손으로 모험가에게 양손을 내밀었고, 모험가는 전단지를 건네주었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화려한 색감의 전단지는 레포릿의 마음도 물들이기 충분했다.


"축제라면 다른 레포릿들도 관심있을테고, 분명 위리앙제도 괜찮다고 할테고 에오르제아도 가볼 수 있어. 그리다니아 한정이 되겠지만, 만약 올드 샬레이안에서 배타고 간다면 림사 로민사도 구경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조, 좋아요! 역시 모험가님은 대단하세요!"

"맞아, 대단해!"

"이걸 생각해낸건 메테이온이니까 메테이온에게 대단하다고 해줄래?"

"메테이온도, 대단해!"

"맞아요, 파랑새씨도 대단해요!"


머리 위에 앉아있던 파랑새는 전단지가 살짝 구겨질 정도로 꼭 붙잡고 있는 레포릿의 작은 손에 조심히 앉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 파랑새에게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둘은 확실히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장 위리앙제에게 가볼게요!"

"위험하니까 근처까지는 내가 안내해줄게. 아참, 위리앙제에게 내가 줬다는 소린 하지마. 이거야, 이거.  알았지?"


모험가는 손가락을 입에 가까이 가져가며 쉿 하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레포릿은 왜 그래야하는지 이해를 못했는 듯 고개를 크게 갸우뚱 움직였지만, 부탁한다는 모험가와 파랑새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위험을 헤쳐나오며 실력을 쌓은 모험가에게는 마물이 느낄 수 있는 강자의 기운이라도 풍기는 걸까. 코 앞에 있는 동물이나 마물이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더라도 모험가의 모습이 보이면 아무것도 못본 것처럼 등을 돌려 제갈길을 갔다.


가끔 겁을 모르는 마물이 사냥감을 노리고 달려올 때도 있었지만, 야만신하고 싸우는 일상을 보내는 모험가에게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눈 깜빡하는 사이에 마물을 쓰러트리는 모험가의 기술을 보며 레포릿은 박수를 치느라 두 손이 바빴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같이 가자는 레포릿의 말을 거절하고, 다시 한 번 조용 하는 제스쳐를 보이며 부탁한다는 말을 거듭 꺼냈다.


"대신 이걸 좀 위리앙제에게 전해줄래?"


모험가는 작은 봉투를 꺼냈다. 레포릿이 들 수 있을 만큼 작은 봉투는 묵직하진 않았지만, 작은 안에 다른 물건들이 이것저것 들어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레포릿은 작은 손을 주먹쥐고 가슴을 가볍게 치며 알겠다고 말한 후 크게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고사리손에 전단지와 작은 봉투를 꼭 쥐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순간이었지만, 보호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레포릿이 진짜 보호자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슬쩍 보고 돌아가고자 발걸음을 살며시 옮겼다. 둘을 날아서 따라오고 있던 파랑새도 모험가의 어깨에서 좀 더 목 가까이에 붙었다. 마치 몸을 숨기고자 하는 것 처럼.








"위리앙제, 위리앙제!"

"트래블링웨이. 어디에 가셨었습니까."


레포릿들에게 둘러싸인 엘레젠 남성에게 종종종 달려간 선물을 든 레포릿은 곧장 그에게 전단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열심이 말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선물을 든 레포릿의 말에 다른 레포릿들도 흥미가 있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된 대화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엘레젠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분명 이야기는 잘 된거겠지.


곧 손에 든 선물이 무엇인지 질문했는지 두 손으로 봉투를 잡은 레포릿이 선물봉투를 엘레젠 남성에게 건네주었다. 받아들고 몇 번 물어보던 그는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보았다. 아마 열어도 되는지 물어본 것 같았지만, 레포릿도 알 수 없어 애매한 답을 되돌려준 것 같았다.


"후후, 나중에 다같이 먹도록 하죠."


멀리서 보고 있었지만, 봉투를 연 엘레젠 남성이 부드럽게 미소짓는 입꼬리가 보였다. 더 있다가 다른 사람이 자기를 보고 알아보기라도 하면 숨은 이유가 없으니 딱 그 모습만 보고 모험가는 자리를 떠났다.


"좋아해,줄까?"

"그러면 좋을텐데.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이곳에선 같은 카테고리로 생각되곤 하지만 아무래도 요리와 제과제빵은 좀 계열이 다른 편이라 요리엔 자신이 있는 모험가도 제과제빵은 자신이 없었다. 맛을 봤을 때 괜찮았는데, 부디 그도 괜찮다고 생각해줬으면.


"응, 메테이온, 봤어!"

"나중에 알 수 있겠지. 근데 큰일이네. 산크레드도 같이 있을거라고 예상하고 왔는데, 위리앙제만 있을 줄 몰랐어."


곤란한 듯 중얼거리는 모험가의 목소리를 듣고 고민되는 모험가의 마음을 표현해주듯 파랑새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디로 갔을까. 일단 정보 찾기 위해 올드 샬레이안으로 돌아갈까?"

"좋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 것일까. 남의 먹을 것은 챙기면서도 자기들 먹을 걸 챙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모험가와 파랑새가 라비린토스를 빠져나와 올드 샬레이안으로 돌아왔다.


중천이 넘어간 해를 바라보면 생각할 법도 한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둘은 올드 샬레이안에서 어떻게 정보를 찾아야 할지 고민 가득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시간은 한 낮을 지나고 있었고, 둘의 계획도 이제 반을 향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