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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일상 7-1




  • 파이널 판타지 14(FF14) 칠흑의 반역자 (레이드 스토리 포함) ~ 효월의 종언 (6.1 초반 포함) 의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효월의 종언 엔딩 이후의 시간대로 썼습니다.
  • 빛의 전사의 호칭은 '모험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크게 묘사를 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이며 주직업은 음유시인이라는 설정입니다.
  • 논커플링 일상물을 지향하며 쓴 글입니다.
  • 캐해석의 차이, 설정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상당한 날조로 쓴 글입니다. 본 글은 게임의 공식 설정을 따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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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새와 모험가가 새벽의 혈맹을 보러 가는 일상 첫 번째



(2023.05.17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던 글)




아득히 먼 옛날에는 누군가의 소망을 안고 날아올랐고, 누군가의 절망을 품다 물들어버렸던 파랑새가 변함없는 희망의 곁에서 지낸지 나름대로의 시간이 흘렀다.


자신의 마음을 노래 할 줄 알게 된 파랑새는 더이상 절망만을 노래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희망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는 건 자신이 만나고 싶은, 아니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찾고자 하는 반짝임을 곁에서 계속 보고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본다면 그 언젠가 정말 기적-뒤나미스-가 응해줄 미래에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에게 그가 찾던 것을 알려 줄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머나먼 시간까지 날아오른 끝에 겨우 헤르메스가 찾던 답을 자신도 알게 되고 가지고 올 수 있게 되었다고 웃을 수 있는 만약을 바라면서.


"좋은 아침 메테이온."

"안녕!"


당장이라도 자기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도 될 것 같이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를 한 모험가를 보며 파랑새는 밝은 인사를 건네주었다. 모험가의 목소리는 번개에 맞은 나무보다 더 새까맣고 흉하게 갈라지고 있었다.


"어제, 너무 마셨나."

"괜찮아?"

"괜찮,지 않아."

"큰일!"

"큰일은 아냐. 조금 있으면 정신 차릴거야. 정신차리면 밥 먹자."


파랑새는 식사를 하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모험가는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문인지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모험가는 꼬박꼬박 자신의 식사에 파랑새가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파랑새는 이젠 그것을 '상냥함' 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기에 굳이 필요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험가의 상냥함은 따뜻하고 몽실몽실한 감정이었고, 그건 희망보다 밝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마음을 자신에게 전달해주었다.


몸에 힘을 준 게 맞긴 한지 알 수 없는 흐느적거림을 보이며 모험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가보면 뼈가 없는 연체동물의 움직임인가 싶을 정도로 힘없이 움직이는 몸이 흐느적거렸다. 옛날에 헤르메스를 덥썩 먹어서 앓아눕게 만든 그것과 움직임이 비슷하다고 파랑새는 문득 생각했다.


모험가의 식사는 평소보다 훨씬 간소한 토스트였고, 파랑새의 앞에 놓인 건 깔끔하게 잘린 사과였다. 파랑새가 먹기 쉽게 잘게 잘라져 있었다. 익숙하게 파랑새는 사과를 먹었다. 모험가는 파랑새가 사과를 먹는 걸 보고 난 이후에야 토스트에 손을 뻗었다.


"오늘은 집에서 쉴래? 아니면 같이 나갈까?"

"나도, 나갈래."

"그럼 그럴까."


모험가는 위험한 곳이나 오지를 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땐 늘 파랑새에게 같이 행동할지 물어보았다.


정말 위험한 의뢰나 장소에 갈 때는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위험하다며 세세하게 말해주었다. 지금처럼 가볍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볼 때는 늘 도시나 마을을 돌 때 뿐이었으니, 오늘도 가볍게 돌아다닐 생각이란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파랑새는 짧은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답을 되돌려 주었다. 이렇게 오늘도 평범하면서도 하나도 평범하지 않은 반짝이는 희망의 하루가 시작되었고, 그 희망의 행동을 즐겁게 바라보는 파랑새의 하루 또한 시작되었다.


"어디, 가는거야?"

"우선 샬레이안으로 갈까 하고. 건네줘야 할 것도 있으니까."

"꽃?"

"응. 내가 받은 것이지만, 더 어울릴 곳을 알고 있어서."


파랑새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모험가의 집엔 모험가가 받은 물건들을 보관해놓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고, 꽃병에는 모험가 스스로가 가져오거나 선물 받은 꽃이 시들 때까지 꽂혀서 집을 꾸미고 있었다.


자신에게 준 선물을 그곳에 두지 않고 다른 곳에 두겠다니 모험가 스스로가 말한 '숙취'라는 것 때문에 조금 이상해 진걸까. 모험가가 손을 봤음에도 아직도 새집같은 모험가의 머리에 앉은 파랑새는 계속 고개를 기우뚱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모험가가 도착한 곳은 발데시온 분관이었다. 한 때 새벽의 혈맹이 임시 기지가 되어주었던 장소. 지금은 발데시온 위원회의 부흥을 위해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어머, 꽃 한다발 갖고 찾아왔구나?"

"쿠루루. 다행이다, 있었구나. 그라하를 먼저 만날까봐 솔직히 조마조마 했었는데."

"후후후. 그렇게 걱정할 정도면 미리 연락을 주지 그랬어. 마침 꽃병을 정리하려던 참이라 딱 좋은 타이밍이었어."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난 노란 옷의 라라펠은 무늬가 거의 없이 거의 줄만 가있는 깔끔한 꽃병을 몇개 가지고 왔다. 어떻게 보면 무척 살레이안에 있을 법한 꽃병이었다.


모험가는 노란 옷의 라라펠과 함께 꽃병에 가져온 꽃들을 꽂아두었고, 물을 담았다. 그리고 건물 안 이곳저곳에 꽃병을 두었다. 그라하라는 사람이 자주 서류를 보느라 앉아있다고 하는 테이블 위에는 가장 화려하고 많은 꽃이 꽂힌 꽃병을 두었다.


"어제 갔다온거야?"

"응. 아무 일도 없겠지만, 그래도 린하고 가이아 얼굴도 볼 겸 어떤가 확인하러 가봤지. 보다시피 선물을 한아름 받고 돌아왔지만. 대신 이거라고 엄청 신신당부했지만."


모험가는 씨익 웃으면서 오른손을 다 접고 검지만 뻗은 채 입에 가져다 댔다. 흔히 아이테리스의 사람들이 '쉿' '조용'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제스쳐였다. 그 행동을 본 라라펠은 후후 웃음을 흘리며 입을 가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하가 나중에 알게되면 얼마나 놀랄까. 자신이 늘 어디서 이런 예쁜 꽃을 가져오냐고 묻는 꽃들이 영웅의 손을 통해 세계를 넘어 왔다는 걸 알게되면."

"왜 말 안했냐고 화내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입막음 당했다고 변명할 거리야 많지만."


둘은 가볍게 웃었다. 나쁜 장난을 꾸미는 어린애들 같은 웃음이었다.


"그럼 나는 가볼게. 그라하하고 마주치면 안되니까."

"이제 어디에 갈거야?"

"라비린토스랑 누메논 대서원 가보게.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라자한도 가고, 파견단 쪽도 가보고. 역시 마지막엔 돌의 집으로 가볼까나."


모험가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있던 노란 옷의 라라펠은 눈을 한번 크게 떴다가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웃음지었다. 그 시선은 부드럽고 따뜻하여 아주 멀리서 본다고 해도 좋은 마음으로 모험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후후. 결국 올드 샬레이안으로 돌아오는 거 아냐? 요새 타타루씨 여기서 많이 보는 거 같은데."

"정말? 대박상점이 그렇게 잘됐나. 그러면 라자한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하나."

"그건 일단 한바퀴 돈 다음에 생각해보는 건 어때? 어차피 그라하처럼 만나러 가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거울 한 번쯤은 보고 가고."

"거울? 왜?"


모험가는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손으로 얼굴을 만져봤다. 이상한 것이 손에 잡히거나 하진 않았다. 노란 옷의 라라펠은 아무 말 없이 거울을 손으로 가리켰다.


눈을 찌푸렸다 크게 떴다 눈동자를 움직였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얼굴로 천천히 거울 앞에 다가간 모험가는 그제야 정리되지 않은 자신의 머리와 머리카락을 편한 둥지처럼 자리잡고 쓰고있는 파랑새를 보았다.


"메테이온 미안, 잠깐만 내려와줄래?"


파랑새는 불평 하나 없이 모험가의 말을 따라 날개를 펼쳐 포르르 날아올랐다. 그리고 근처의 책상에 내려앉았다. 그 틈에 거울을 보며 모험가는 머리를 바삐 매만졌다.


"내가 좋은 둥지를 빼앗아 버린걸까?"

"그건 아냐. 모험가, 멋있는 거, 나도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치만, 모험가, 산발, 도 좋아."

"그래서 말 안하고 있었구나?"

"말해줘도 좋았을텐데~ 이 상태로 여기까지 걸어왔단 소리잖아. 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에테라이트에서 여기는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까 말할 타이밍이 없었던건 아닐까?"


울음이 섞인 듯 그렇지만 진짜 울진 않는 흔들리는 모험가의 목소리에 마냥 밝은 파랑새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섞이며 들렸다.


무척 즐겁고도 부드러운 분위기의 대화는 그들이 마치 아주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이처럼 보이게 했다. 실제로 라라펠이 파랑새와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임에도.


머리의 정리가 끝난 모험가가 파랑새의 이름을 불렀다. 파랑새는 그대로 날아올라 모험가의 어깨에 앉았다.


"그럼, 이만 가볼게."

"즐거운 순회되길 바랄게."


두 사람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다. 모험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계를 넘어 가져온 누군가의 마음들을 두고는 발데시온 분관을 떠나갔다. 그 마음을 발데시온 분관에서 열심히 일을 할 그가 언젠가 알까 모를까 가슴 설레하면서.


"누메논 대서원부터 가볼까. 마토야님이 올드 샬레이안에 책을 확인하러 갔다고 했으니, 길이 엇갈리지 않았다면 있을거 같긴 한데."

"모두, 만나러 가는거야?"


파랑새의 질문에 모험가는 어린 아이같이 천진난만하게, 자신이 담고 있는 희망보다 훨씬 반짝이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응. 그치만 들키지는 않을거야. 몰래!"

"좋아, 메테이온,도 함께, 몰래."


전세계에 퍼져있는 동료들의 최근 상황을 확인 할 겸, 멀리서 얼굴도 볼 겸 모험가는 순회 계획을 짰다. 시들어버릴까 걱정인 꽃을 제일 첫번째 순서로 잡았다. 마침 올드 샬레이안에 사람들이 모여있었으니 순회에도 딱 좋은 순서라고 생각했다.


웃는 모험가를 보며 파랑새는 덩달아 신이 났다. 파랑새는 동료가 모험가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마음을 갖게 하는 존재인지 잘 알았다. 그 덕에 모험가의 즐거움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 즐거움이 모험가의 즐거움인지 자기 자신의 즐거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누구의 즐거움인지는 큰 상관 없었다. 즐겁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자신처럼 어느정도 마음을 주고받고, 마음에 영향을 받았다. 타인이 기뻐하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 자신이 모험가를 바라보며 즐거워 하는 일 또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곳에선 아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가자~"

"좋아, 가자~"


다음 목적지는 누메논 대서원과 라비린토스. 이렇게 모험가와 파랑새의 자기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서, 남의 얼굴을 보러가는 이상하고도 하루를 길게 보내게 될 계획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