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 판타지 14 효월의 종언 네타가 있습니다.
- 86렙 맵의 메인스토리와 서브퀘스트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 고유 설정을 가진 '아젬'이 등장합니다.
- 여러모로 게임 내 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설정 해석, 캐릭터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어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2.06.10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던 글)
"아젬님"
낮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놓치지 않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몸을 돌리자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면을 썼다는 것은 이곳의 사람이라는 걸 나타내는 것이었다. 밖에서 이곳 엘피스에 찾아온 그는 반대로 밖에서 온 사람이라 알리기 위해 가면을 벗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아뇨, 감사인사를 하려고요. 이전엔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도움?"
자신은 온갖 장소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주곤 했다. 그게 자신의 일이기도 했지만, 일을 해결하는 것자체가 즐겁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건 이 사람은 본 기억이 없었다. 만난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도움을 줬다고 하면 어렴풋하게 생각이라도 날법 한데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완벽한 초면이었다.
"내가 도운 게 맞나?"
"네. 조금 특이하게 생긴 아젬님의 사역마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곤란했던 참이었는데, 감사했어요. 역시 아젬님이시군요. 사역마를 돌아다니게해서 사람들을 도우시다니."
처음 듣는 소리였다. 자신은 사역마를 만든 적도 없고, 사역마를 엘피스에 보낸 적도 없었다. 뭔가 잘 못된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밝게 웃으며 감사하다 말을 하는 그에게 괜히 자신의 사역마가 아니라면서 찬물을 끼얹고 싶진 않았기에 적당히 말을 받아쳤다.
사역마가 아직 다른 일을 하느라 보고하러 오지 않아서 몰랐었다 말을 하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감사의 뜻이라며 자기가 만든 꽃의 이데아를 건네주었다. 나중에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쓰면 좋을 것 같아 일단 받아두었다.
이곳은 엘피스. 수많은 생명체가 태어나고, 사라지며, 이 별에 좋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장소. 아젬이라는 위치의 특성상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엘피스에도 몇번 온 적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온 적이 없었다. 새로운 파다니엘이 이전 파다니엘과 같이 이곳에서 일했다는 소리는 들은 기억을 떠올리며, 한번쯤은 와볼걸 그랬나 그런 실 없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고 있을 때였고, 와본지 오래되기도 했고, 이곳엔 아는 사람도 있었으니 얼굴이나 한번 볼까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 사람은 아직도 색다른 뜰에서 일하고 있을테니, 이번엔 자연 교배로 뭘 만들어냈는지 잔뜩 물어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어, 아젬왔냐."
색다른 뜰에 있던 아는 사람의 동료들이 그는 다른 곳에 갔다고 말해주었다. 다행히 더 길이 엇갈리지 않고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하는 말은 자신이 처음 엘피스에서 만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와 같았다.
"넌 도대체 신기한 일만 한다니까? 처음엔 네가 또 무슨 장난을 치는 줄 알았어."
"내가 무슨 장난만 치고 다니는 줄 알아?"
"사실 장난치는 쪽이 더 크지 않아? 오지랖부리고. 뭐, 그게 네 일이지만. 이번엔 덕분에 도움 좀 받았다."
아는 사람은 과일이 가득 담긴 작은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먹어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아젬은 사양않고 과일을 하나 집은 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모양은 평범했다. 그가 주는 것이니 아마 색다른 뜰에서 만든거라 어떤 맛이날진 예상할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무슨 도움?"
"네, 사역마 말야. 아무래도 내가 주면 색다른 뜰 물건이라고 알아서인지 아무도 먹질 않더라고. 그래서 네 사역마를 좀 시켜서 그걸 맛보게 했다. 뭐, 그정도는 괜찮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
아젬은 과일을 들어 입에 넣었다. 약간 시큼한 느낌이 처음에 느껴지더니 곧 안에서 단맛이 흘러나왔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자면 있는 편이었다. 조금 더 손을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원랜 먹을만한게 못됐거든."
"그래서, 내 사역마가 좋은 정보들을 줘서 그걸 기반으로 고쳐봤다?"
"그래. 나도 네 덕 좀 보자. 처음엔 넌 줄 알았더니, 아무리봐도 에테르가 너무 옅고. 누구냐고 했더니 아젬의 사역마라잖냐. 네가 사역마까지 만들어서 남 돌보고 다니기 좋아할 줄 몰랐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는 사역마를 만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자니 누군가가 아니, 누군가의 사역마가 자신의 사역마라고 말하고 다닌 모양이었다. 대체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쓰고 다닌건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무슨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다닌 모양이었다. 아젬의 사역마라 자신을 소개하고 남을 돕고다니는 사역마라니. 만약 누군가가 의도를 갖고 만든거면 의도를 묻고싶었고, 어쩌다 그렇게 되어버린 사고라면 그 사람에게 이데아를 받아서 자신이 정말로 사역마로 데리고 다녀도 좋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그 사역마가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은 채, 아는 사람은 색다른 뜰로 돌아왔다고 했다. 아직 엘피스에 있는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면 일단 엘피스부터 찾아보자. 먹은 과일의 감상을 들려준 아젬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사역마를 자칭하고 다닌 사역마를 찾기로 했다.
도대체 그 사역마는 뭘 하고 돌아다닌건지, 엘피스를 돌아다니면 심심찮게 자신의 사역마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곤 했다. 하나같이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악의를 갖고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더더욱 이유가 궁금했다.
왜, 하필, 자신의 사역마라고 말하고 다녔을까?
"어머."
순간 들린 목소리를 아젬은 놓치지 않았다. 놓칠 수 없었다. 지금 이 소리를 놓치면 다시 만나게 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흐를지 알 수 없었으니까.
"스승님!"
긴 하얀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빛나고,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하얀 로브가 바람을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아젬의 스승인 베네스가 그곳에 서 있었다. 즐거운 듯 웃음을 지으며 아젬을 바라보면서.
"당신이 여기에 있다니, 드물군요."
"일이 끝나고 지나가는 길에 아는 얼굴 좀 보려고 들렸어요. 스승님께선 어째서 여기 오셨나요?"
"그렇군요……. 잠깐 생각을 정리할 겸, 떠올리고 싶은 사람이 있어 왔습니다."
"떠올리고 싶은 사람이요...?"
아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베네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됐네요. 시간 있으면 메타바시스 해양원 쪽으로 가지 않을래요? 공중보도를 걷고 싶거든요."
"저는 괜찮아요. 해양원에 들어갈 허가는 나올진 모르겠네요."
"해양원은 들어가지 않을거예요, 어디까지나 공중보도가 목적이니까."
언제나 따뜻한 말을 꺼내는 베네스였지만, 늘 그 마음과 생각을 읽기는 어려웠다. 어차피 바쁜것도 아니니 반가운 스승님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아젬은 베네스를 따라 해양원 쪽의 공중보도를 향했다.
날은 맑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두 사람의 로브가 살랑살랑 바람에 따라 춤추듯 움직였다. 베네스는 공중보도에서 엘피스를 내려다보았다. 두걸음 뒤에 떨어져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젬은 베네스가 엘피스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자신은 보지 못할, 알지도 못할 먼 곳을.
"그런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을 귀찮게군건 아닌가요? 무언가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 별거 아니에요. 엘피스에 왔더니 제 사역마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자꾸 받아서 아직 엘피스에 있나 싶어 찾고 있었어요."
"아, 그런거라면 찾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는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알고 있는 사람을 말하듯 가볍게 베네스는 그라고 사역마를 불렀다. 놀란 표정으로 베네스를 쳐다보았지만, 베네스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여전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역마를 알고 계시나요?"
물음에 대한 답변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 그럼요."
베네스는 뒤에 서있는 아젬 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린 후 대답했다. 쳐다보는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던 아까와 달리 확실히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담고 있었다.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볼 수 없다는 것도. 하지만 분명 함께하고 있을거란 사실도."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스승님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져요."
"어머, 14인 위원회에 들어가고 나선 좀 익숙해진 거 아닌가요?"
"그들보단 스승님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들도 만만치 않지만... 이젠 만날 수 없다는 거죠? 아쉽네요, 가능하면 정말로 사역마로 삼을까 했는데."
"후후. 그건 어땠을까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아젬이 고개를 기울이자 베네스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당신과 그는 닮은 듯 전혀 닮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만났더라도 그런 생각을 하긴 어려웠을지도 모르죠."
"아는 사람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처음엔 저인 줄 알았다고."
"그럼 이제 슬슬 내려갈까요. 모처럼 만났으니까 차라도 할까요?"
"저는 괜찮은데, 공중보도에 일이 있으신 거 아니셨나요?"
"용무는 다 끝났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해요. 언제까지고 사색에 잠겨있을 것은 아닌데다, 제가 생각을 잘못했거든요. 역시 당신은 다른데 말이죠."
베네스는 그렇게 말을 하고 아젬을 데리고 공중보도를 내려갔다. 그 걸음은 한없이 가벼워 제자인 아젬 또한 더이상 묻지 못하고 베네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아직까지 베네스는 그때의 사건을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정확히는 찾아나가는 중이었다. 그 일은 쉽지 않았고, 그럼에도 힘들다 생각하지 않고 찾아 헤맬 수 있는건 자신에게 반짝이는 미래를 알려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걷고있는 이 길은 어떤 미래로 이어질지 아직까지 알 수 없었다. 만약 종말을 막아낸다면, 그와는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었고 그러지 못한다면, 미래에 어떤 형태로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건 지금의 베네스로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열심히 나아가고 있을 것이었고, 그러면 자신 또한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야했다. 이 길이 이어질지 이어지지 않을지는, 그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별이 쪼개져 작은 불꽃으로 탄생하기까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사역마에 대한 이야기를 저에게도 해주세요."
"좋아요. 그때엔 분명 저보단 당신이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대신 지금은 아젬 당신의 이야기를 해주겠어요?"
"일단 엘피스에서 저의 사역마를 자칭하고 다닌 그 사역마가 어떤 일을 했고, 그래서 어떤 것들을 받았는지부터... 말해볼까요?"
"어머, 그거 재미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