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널 판타지 14 효월의 종언 네타가 있습니다.
- 내용의 대부분 날조, 거짓, 주작 입니다.
- 다른 글 쓰다가 진행이 안돼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쓴 글입니다.
설정 고증, 인게임 고증 기타 등등 모든 걸 무시하고 마음 가는 대로 썼습니다.
(2023.08.17 포스타입에 업로드 했었던 글)
"아냐, 이게 아니란 말야...!"
아직 핵을 집어넣지 않은 상태라 지금은 단순한 인형인 물건이 모험가의 손에 들려있었다. 거의 모험가가 인형을 붙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인형을 붙잡고 있는 모습은 사람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 모습과 같아 보였으니까.
모험가는 보물고를 몇 번이고 방문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룰렛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하얀 원 안에 룰렛이 멈추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다른 모험가들이 말하기를 엘피스의 보물고에서 고대인 두 명의 꼬마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엘피스는 빛전인 모험가만 갈 수 있는데 다른 모험가가 어떻게 갔고 알고 있냐 묻지는 말아라. 어차피 그런 게임이지 않는가.- 하지만 아무리 보물 지도를 캐고, 보물고를 방문해도 꼬마친구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모험가는 결국 얻을 수 없다면 직접 만들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모험가는 제작직도 채집직도 장인으로 인정받는 굉장한 실력자였다. 충분히 자신이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모험가가 채집하는 건 보물지도가 아니라 꼬마친구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로 바뀌었다.
그래서 짜잔! 잘 만들었습니다! 라고 끝날 수 있으면 모험가가 인형을 붙잡고 울부짖지도 않고 이 이야기도 시작하지 않았겠지.
"이게 아니란 말이야..."
"모험가, 힘내!"
종종 모험가의 곁에서 모험을 지켜보는 파랑새가 좌절에 물들고 있는 모험가에게 응원을 건넸다.
"헤르메스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치? 메테이온……."
"……으, 응."
모험가가 두 손으로 붙잡은 인형을 살짝 돌려 파랑새에게 얼굴을 보여주었다. 채집도 장인이라 캐 온 재료들에 문제가 있을 리 없었고, 재봉사로도 장인인 그가 바느질이나 수를 잘 못 놓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인형 자체는 꽤 잘 만들어져 있었다. 얼굴도 깔끔한 자수에 귀여웠고, 인형 전체의 밸런스도 잘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예쁘고 귀엽게 만들어진 인형이라고 해도 꼬마친구로 구현하고 싶은 인물과 닮지 않았다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모험가가 실제로 고대인 인형 두 개를 얻은 적은 없지만, 손에 얻은 다른 모험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보물고에 나오는 인형은 에메트셀크과 휘틀로다이우스라고 들었다.
그 둘의 꼬마친구가 갖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만약 고대인의 꼬마친구를 갖는다면? 모험가는 헤르메스의 꼬마친구가 갖고 싶었다. 메테이온에게도 보여줄 겸.
마침 꼬마친구를 만들자는 생각까지 했고, 가장 갖고 싶은 꼬마친구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헤르메스 꼬마친구를 만들자! 고 마음을 먹었고.
벌써 몇 주 째. 망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안 닮았지?"
"그치만, 머리, 눈, 같아!"
"그치만 헤르메스는 아니잖아. 그치?"
"으응……."
아니, 엘피스에 설치된 보물고에서 선물로 주는 거면 엘피스 소장인 헤르메스의 꼬마친구여야 맞는 거 아닌가?! 물론 둘의 꼬마친구가 갖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고, 불만이었던 것도 아니지만 보물고를 만들고 선물로 꼬마친구를 세팅해놓은 이름 모를 고대인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제나 고대인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또 재료를 캐오고, 만들고 하면 시간이 지나가겠네."
"모험가 괜찮아?"
"나는 괜찮아. 내 마음이 안 괜찮아."
"괜찮아, 절망의 이름, 은 희망,이라면. 좌절, 의 이름은 성공, 일 거야!"
"메테이온 나 울어도 될까……?"
응원의 말을 듣고 있자니 괜히 더 서러워져서 이미 거의 우는 수준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하자 파랑새가 포르르 날아와 모험가가 만든 인형 머리 위에 앉았다.
대체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애인가 싶은 모습이었지만, 파랑새는 고대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존재였다. 그걸 생각하면 이 모습은 딱히 틀린 것 같지는 않지만, 모험가가 나잇값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대체 왜 헤르메스가 아니게 되는 걸까?"
"모험가, 헤르메스, 그려봐!"
"도안은 이미 많이 그려봤는데."
"그거, 말구. 초상화!"
"아, 그래. 인형 도안으로 귀엽게 그릴 것만 생각했지, 헤르메스 원래 얼굴을 생각하며 그린 건 아니었으니까. 이미지를 다시 잡아볼까?"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들을 손재주 라는 단어로 설명을 하곤 하지만, 사실 사람이 손으로 하는 대부분의 일은 각각 다른 재주와 능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리 재봉 솜씨가 뛰어나고, 갑옷을 제작할 줄 알고, 악기 연주를 할 줄 아는 모험가라고 해도 그림을 그리는 손재주는 없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본인의 그림 실력을 제대로 마주한 모험가는 할 말을 잃고 펜을 내려놓았다. 인형의 머리에서 모험가의 머리로 이동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던 메테이온도 말을 잃었다.
"헤르메스, 이랬나?"
"아냐. 아니야."
세상에 자신이 이렇게까지 그림 실력이 없었던가. 지금까지 도안은 대체 어떻게 그렸던 걸까. 고뇌에 빠진 예술가처럼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모험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아니란 말야……!"
아까 했던 대사를 똑같이 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을 하는 모험가. 대체 그 누가 그를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할까 싶을 정도로 우울해 보였다.
꼬마친구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렇지만 모험가 본인에겐 정말로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았다.
"그래, 알피노를 찾아가... 서 물어보긴 갈레말에 있지."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손뼉까지 쳤건만 자기 생각을 곧장 자기 자신이 반박했다. 사람들을 돕겠다고 거기까지 간 알피노에게 그림 하나 그려달라고 만나러 가는 건 너무 머리가 해맑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나. 당장 생각을 접었다.
그러면 모험가가 아는 사람 중에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따로 있는가?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하다. 발은, 발은 넓다고 생각했는데."
원초세계는 물론 1세계에서 심지어 고대까지. 상당히 넓은 지역을 돌아다녔고, 그만큼 아는 사람도 많은 모험가였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예술 쪽 사람과는 그다지 연이 없었던 것 같다. 연극에 관련된 사람들하곤 인연이 생겼지만, 그나마 아는 화가라고 하면 이딜샤이어에 있는 화가가 전부. 그렇다고 그에게 맡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도움을 요청해야지."
"어디, 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모험가의 행동에 놀라 메테이온이 파다닥 날아올랐다. 가방을 챙긴 모험가는 대충 한쪽으로만 매고 메테이온을 불렀다.
"돌의 집……이 아니었지. 타타루의 공방으로 가려고."
타타루는 몇 번이고 꼬마친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실력자였다. 모험가가 가지고 있는 꼬마친구들 중 몇은 타타루가 만든 것이었다. 경험이 풍부한 타타루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지 않을까. 심지어 본인이 만난 적도 없는 인물의 꼬마친구까지 만들었으니, 지금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 딱이었다.
모험가는 늘 몸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모르도나로 향했다.
일반적인 텔레포로는 에테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예전에 올드 샬레이안에서 사베네어로 갈 때의 충격이 생각보다 컸는지 요새 에테라이트를 사용하려고 할 때마다 온몸에 긴장이 감돌았다.
심호흡을 하고 모르도나로 텔레포를 하자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히 에테르 멀미는 하지 않았고, 망설임 없이 타타루의 공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전엔 돌의 집으로 사용했고, 지금은 타타루의 공방으로 사용하는 장소는 모르도나의 에테라이트에서 코앞인 장소에 있었다.
"타타루 있어~?"
올드 샬레이안에 가게를 내고, 물건을 팔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닌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어쩌면 없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공방엔 타타루가 있었고, 문을 부수는 건지 여는 건지 모를 기세로 들어온 모험가를 보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모험가님? 무슨 일이신가용?"
"조금 부탁할게 있어서 왔는데."
"그러면 우선 앉아 계세용. 차를 내오겠습니당"
내부는 아직 손대지 않았는지, 돌의 집일 때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익숙한 테이블에 손을 올려 가볍게 쓸면서 익숙한 의자에 앉았다. 이러고 있으면 조만간 무슨 일이 생겼다고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올 것 같단 말이지.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모험가는 웃었다.
메테이온은 테이블 위 모험가의 앞에 내려오더니 자리를 잡았다. 마실 것을 가지고 온 타타루가 뒤늦게 메테이온을 보고 하나 더 가져올 걸 그랬다고 말하자,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은 마시지 않는다고 메테이온이 말했다.
타타루와 메테이온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 후 무슨 일이냐는 타타루의 질문에 모험가는 천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전했다.
보물고나 고대인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할 필요가 없었으니 제외했다. 적당히 아는 사람의 모습으로 꼬마친구를 만들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정도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본인을 직접 보면서 만드실 수는 없는건가용? 모험가님이 실력이면 직접 보면서 만들면 괜찮을 것 같은데용."
"아,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실례했습니당."
"아냐, 아냐. 설명이 좀 부족했어."
타타루는 턱에 손을 괴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혹시 그리신 그림을 가지고 오셨냐는 질문에 모험가가 망설임 없이 가방에서 자신이 그린 헤르메스의 그림을 꺼냈다. 꺼내자마자 다시 넣으셔도 됩니당. 이라는 타타루의 말이 되돌아왔지만.
"모험가님 정말 그림엔 솜씨가 없으시군용."
"내가 그림을 그릴 일은 없으니까……."
"저도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아닙니당. 그렇지만, 특징을 알려주시면 도안을 닮게는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아용."
"응, 타타루는 그라하 인형도 잘 만들었으니까."
"말, 하면, 맞게 해줘?"
"메테이온님도 아는 분이신가용?"
"응! 헤르메스, 알고있어! 잘!"
날개를 파닥이며 의욕이 넘치는 메테이온의 모습을 보고 약간 곤란한 듯, 그렇지만 부드럽고 즐거움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메테이온을 바라보고 있는 모험가의 표정을 본 타타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용. 두 분이 아시는 그분의 외형 특징을 말씀해주시겠어용? 도안만 잘 만들어지면, 나머진 모험가님께서 직접 제작하시면 되는 일이니까용!"
"고마워, 도움 좀 받을게."
"신경쓰지 마세용! 꼬마친구를 만들어온 경험이 이렇게 모험가님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당!"
웃으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타타루가 도안을 그리기 위해 가져온 종이에는 선이 하나도 그어지지 않았다.
메테이온과 모험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특징을 잡으려고 생각한 타타루는 어째서 모험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과 닮은 꼬마친구를 만들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타타루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던 메테이온과 모험가는 어느새 이러지 않았던가, 저러지 않았던가 서로 헤르메스란 사람의 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열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는 타타루는 자신이 타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저렇게 콩깍지가 씌었으니, 완성된 게 본인하곤 완전 딴판이었겠지용…….'
도저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 하는 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