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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아젬과 아젬의 사역마가 만나는 이야기 (현재 보실 수 없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4 (FF14)의 효월의 종언의 네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헤르메스빛전 드림을 기반으로 쓴 글입니다.

- 빛전의 외형 묘사는 없으나 아젬의 외형묘사가 있습니다.

- 드림 및 날조 등이 가득한 글이니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젬이 나를 찾으러 왔다고?"


철렁 내려앉는 심장을 알려주려는 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평소의 느긋하고 장난기 많은 모습을 보이던 여유는 어디로 갔는지, 흰자위가 많이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뜬 눈에 흔들리는 눈동자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있어 말을 꺼낸 당사자가 보고 놀라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어, 으응. 나도 얼핏 들은 이야기이긴 한데, 프로필라이온에 아젬님께서 오셔서 '내 사역마가 여기에 있다고 들어서 찾아왔다.' 고 하셨다는 모양이야."


아젬이 말하는 '내 사역마'는 분명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모험가는 벌어진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바싹 말라버린 입 안과 입술이 서로 불쾌하게 달라붙었다.

고대세계에 오게 되고 에메트셀크와 휘틀로다이우스의 제안으로 아젬의 사역마라고 자칭하고 다니기 시작한 모험가는, 이 호칭이 생각보다 편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대인 누구든지 자신을 사역마라고 생각하지, 하나의 인간으로 취급하진 않았다. 개중에는 실제로 자신과 아젬을 착각한 고대인 마저 있었으니, 아젬의 사역마라고 자칭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젬 본인이 온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자신은 미래의 사람이고, 아젬의 사역마가 아니다. 아젬의 조각일 순 있지만, 고대의 사람인 그가 미래의 조각 같은 걸 알리도 없고 받아들일리도 없겠지. 그럼 자기가 이제껏 거짓말 한 것이 들통나고 만다.

무엇보다 그 사람에게 자신을 속인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싶지 않았다. 거짓말도 맞고, 속인 것도 맞지만 모르고 있어주길 바랐다. 억지인 것도 알고, 기만일 수도 있지만 에메트셀크마저 그렇게 자칭하라고 허락해준 호칭이 마냥 거짓말로 인식되는 것도 억울했다. 거짓말은 맞지만.

그가 언제 프로필라이온에 도착한진 모르겠지만, 지금 빨리 달려가면 늦지 않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이야기해준 고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번 반복한 모험가는 순식간에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거리까지 달려갔다. 모험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었던 고대인은 불러세울 타이밍을 놓치고, 모험가의 뒷모습이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았다.



***



물건이 아무것도 올라가 있지 않는 깨끗한 탁자에 깔끔한 문양이 소박해보이는 받침 접시가 올려졌다. 이내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차가 흐릿한 김을 내며 받침 접시 위에 놓여졌다. 성격이 급한건지, 아니면 차가 목적이 아닌건지 대접받은 사람은 찻잔을 내려놓자 마자 손을 뻗어 곧바로 한모금 입에 대었다. 김이 나는 차가 뜨겁지도 않은지 작은 웃음을 흘리는 그에게 차를 대접한 엘피스의 소장은 차분히 말을 꺼냈다.


"그는 지금쯤 엘피스를 돌아다니고 있을거야. 내가 보호 관리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어."

"그래. 내 사역마란 호칭이 어울릴 정도면, 어딘가에 묶여있는 게 어울리진 않겠지. 아, 차 향기 좋다."

"고마워. 이곳까지 와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사람은 없으니 다른 사람 입에 맞을지 걱정이었는데, 다행이야."


물론 내심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면, 이 차를 좋아할 거라는 미묘한 확신이 있긴 했다. 아젬의 사역마인 그가 이 차를 좋아한다는 사실. 그것이 미묘한 확신의 이유였다. 이유를 덧붙이자면 눈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자신의 사역마를 찾아온 아젬이기 때문에.

 물론 마땅한 근거가 되는 이야긴 아니었다. 아젬의 사역마를 자칭하고 있지만, 정말로 아젬의 사역마가 아니란 사실은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고, 정말 사역마라고 해도 사역마의 취향이 창조자를 반드시 따라가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어째서인지 그는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내 사역마만 만나면 다시 돌아갈 생각이야. 저번에 필요 이상으로 너무 오래 아모로트를 비운 바람에 다른 곳을 들릴 여유는 없거든."

"아쉽게 됐네. 아젬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많아서."

"그 아이가 계속 여기에 있겠다고 한다면, 다시 찾아올거니까 기회야 얼마든지 있겠지."


엘피스 소장이 손가락 끝으로만 붙잡고 있던 양손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아젬이 아무 이유도 없이 엘피스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사역마를 만나러 왔다. 정확히는 맞이하러 왔다. 엘피스에서 수 많은 이들을 도왔다는 소문이 도는 자신의 사역마라면 분명 자신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에메트셀크가 말하길 자신과 비슷한 영혼이라지 않는가. 다루기는 까다로울 것 같지만, 함께 한다면 재미있는 건 물론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건 틀림없었다.

아젬의 사역마는 모종의 이유로 엘피스에 남아있고, 엘피스의 소장인 헤르메스가 임시로 관리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젬은 이렇게 엘피스의 소장을 찾아왔다. 자신은 사역마를 만든 기억은 없지만, 그가 아젬의 사역마를 자칭하고 있다면 그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기에. 그러나 보아하니 사역마는 엘피스의 소장과 잘 지내고 있고, 엘피스의 소장 역시 그를 보낼 생각은 없어보였다.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는거겠지?"

"그야 내 사역마인 만큼 그런게 불가능 한 건 아니겠지만."


사역마는 창조한 사람의 소유라는 건 이 세계에 살고 있는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다. 이데아에 등록된 마법으로 옷을 만들면, 만든 옷 자체는 자신의 것이지만 그렇다고 등록된 이데아까지 자신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사역마를 관리하고 있어도, 그 사역마가 관리하는 사람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아젬의 사역마 같은 경우는 사역마 본인이 자칭하는 것이다보니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러고보니 진짜 주인은 대체 누구인걸까.'


에메트셀크도 주인이 누군지 알지 못하는 듯 했고, 창조물관리국의 정보를 다 뒤져봤지만 휘틀로다이우스도 등록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보아하니 엘피스의 소장인 헤르메스도 아젬의 사역마란 사실을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인정하다니, 바보같이 무른 사람이라는 에메트셀크의 평이 정확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금새 찻잔을 비워버린 아젬은 탁자 구석에 찻잔을 치웠다. 그리고 두 손을 깍지낀 채 잡고는 탁자 위에 올렸다. 예전에 누군가가 이렇게 자세를 취하면 권위있어 보인다고 알려줬었다. 그게 누구였더라,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나브리알레스나 휘틀로다이우스겠지.

아젬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거 또 헛소리 듣고 폼잡는다고 했겠지만, 상대는 아젬을 잘 아는 상대가 아니었다. 기대한 대로 어떤 위압감을 느꼈는지 상대의 표정은 한층 더 굳어졌다. 자신은 진지한 사람이고, 이건 진지한 이야기라는 인상을 주고 싶긴 했지만 저렇게 새파랗게 질리지만 않았을 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얼굴을 굳이면 나쁜 짓을 한 것 같아 속이 좀 쓰렸다.


"진짜 내 사역마가 아닌 이상 그렇게 강제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가 아젬의 사역마를 자칭하게 된 사연은 어느정도 에메트셀크와 휘틀로다이우스에게 듣고 온 참이기도 하고, 자유롭게 놔두는 게 더 '아젬' 같잖아?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나의 곁에 올 생각이 있다면 난 어떻게든 사역마를 데리고 갈거야.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거든, 특히 그게 유능하다고 하면 더더욱 필요하고."

"그러면......"


드물게 말을 자르듯 엘피스의 소장이 소리를 냈다. 말끝은 흐렸지만, 소리만큼은 또렷하게 아젬에게 닿았다. 호칭을 부른 것도 아니었는데, 아젬 본인이 그가 낸 소리는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만약, 그가 이곳에 남겠다고 답한다면 나에게 소유권을 양도해줄 순 없을까."

"그 아인 정말로 '아젬의 사역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잖아?"


엘피스의 소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젬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하얀 가면 너머 그의 녹색빛 눈동자가 반짝이는게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 모습이 아젬에게 더더욱 사역마를 데리고 가고싶단 생각을 굳힌다는 걸 본인은 모르고 있겠지.


"그래도 상관없어. 네 인증만 있으면 충분해. 네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고, 그가 자신을 그렇게 자칭하고 있으면 충분해. 그렇다면 그 누구도 가짜라고 말할 수 없어. 양도만큼은 진짜가 될 수 있으니까."

"신기하네. 그렇게까지 손에 넣어야 할 사역마야?"

"아니야, 그건. 그건......"


뭐라고 말을 해야지 이해해줄까. 아젬의 사역마는 자신의 슬픔을 이해해주었지만, 어째서인지 아젬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상담을 듣는 아젬의 위치인 만큼 사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딱 그뿐, 들어주기만 할 뿐 그와 같은 반응을 보여줄 것 같진 않았다.

아젬의 사역마는 슬퍼할 줄 알고, 눈 앞의 고통에서 눈을 돌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들의 이유를 같이 고민할 줄 아는 그런 존재였다. 어쩌면 그가 엔텔레케이아와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걸지도 모른다 생각한 적이 있지만, 이제와선 그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엘피스의 소장은 받아들였다. 그 본인도 말을 뛰어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같은게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으니까.

단지 그것만으로 엘피스의 소장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엘피스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자신과 같은 존재가 비록 사역마라 할 지라도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 슬픔을 알고, 고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슬픔이 있더라도 행복을 그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자신의 고민을 받아들이면서도, 행복을 찾아갈 방법을 보려 노력하는 존재라는 것이 엘피스의 소장에게 소속감을 주었다. 자기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건 하얀꽃만 피우는 다른 사람들에게선 받을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러니 아젬의 사역마의 소유권을 양도받게다는 건 자신의 욕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젬의 사역마는 엘피스를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말보다 행동에 더 많은 의미를 가지는 존재이기에 분명 그 선택엔 큰 의미가 있다고 헤르메스는 받아들였다.

이정도 욕심은 괜찮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나오면 나도 욕심이 나네. 어떤 아이길래 이런 반응이 나올까?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그 전에 지금의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않겠어?"

"소유권의 양도, 말이지. 그러게,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는게 제일 좋을까."


아젬은 바깥에서 찾아온 사람이기에 가면을 벗고 있었다. 얼굴과 표정을 전부 보이고 있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건 엘피스 소장 쪽이었다. 그럼에도 속이 다 들키고 있는 건 엘피스의 소장이며, 싱글싱글 웃으며 생각을 다 감추고 있는 건 아젬 쪽이었다.

이 능글거림과 노련함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자리에 앉았기 때문인걸까. 전혀 읽을 수 없는 마음을 보이는 그와 엘피스의 소장은 미묘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 * *



메테이온이 헤르메스에게 손님이 와있다고 알려준 순간 모험가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다른 손님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접대실 안 쪽에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아젬일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노크를 하고 들어가야하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하나. 그렇지만 자신이 거짓말을 한게 아니라고 우기려면 이야기 중간에 끼어드는게 제일 나은 선택일 것 같았다.

폐의 구석구석까지 숨을 보낼 생각으로 있는 힘껏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마음을 먹으면 행동을 해야하는 법이니 생각이 정리되자마자 모험가는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인건지 아니면, 아젬이 온 이후부터 계속 이랬는지 불안한 표정을 한 메테이온이 괜찮냐며 질문을 해왔다. 괜챃아라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웃음이 부자연스럽다는 건 바라보고 있는 메테이온만 알았다.


"수고가 덜었네. 들어와."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차분하고 느긋하게 이어지는 말과 목소리에 약간 섞인 웃음소리. 누가들어도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아니다. 찾아온 손님의 목소리겠지. 그리고 묘한 낮익은 이 기분은 목소리의 주인공인 손님이 아젬이라고 본능이 알려주고 있는게 분명했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험가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접대실은 몇 번이고 온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문을 연 건 처음이었다.

문을 열자 곧바로 보이는건 복슬복슬한 긴 장발을 한 여성이었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여성의 머리카락은 주황색 계열이었지만, 노랑색이 많아보이는 상당히 밝은 계열의 주황색 이었다. 모험가가 가지고 있는 아젬의 크리스탈보다 훨씬 밝은 주황색이었다.

엘피스는 이곳에서 일하는 자가 아니면 누구든지 안전을 위해 가면을 벗도록 했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그건 12인 위원회라고 해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었다. 이곳에 찾아온 에메트셀크도 따른 규칙이었고, 당연히 아젬 또한 가면을 벗은 얼굴로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흐음~"


아젬의 새까만 녹색 눈동자와 모험가의 밝은 녹색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종족이 다르기 때문인건지 아니면 모험가가 보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젬을 본 모험가의 첫 감상은 별로 닮지 않았다 였다. 머리색과 머리모양이 다른 것도 큰 영향을 주겠지만, 얼굴형부터 인상까지 자신과 별로 닮은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이 둘을 보면 적어도 자매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을 정도로 둘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실제로 에메트셀크나 휘틀로다이우스가 영혼만 닮은 게 아닌 분위기도 닮았다고 느꼈으며, 오늘 처음 아젬을 본 헤르메스마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네가 아젬의 사역마구나?"


어쩌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문을 닫고 방 안 깊숙히 걸어가는 모험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젬의 말에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가 걸어간 곳은 헤르메스의 근처였다. 여기가 자신이 있어야 할 위치라는 듯, 이야기를 나눠야 할 아젬의 근처도 아니고 의자 근처도 아닌 서 있는 헤르메스의 근처로 다가가 모험가는 발을 멈췄다.


"이야기는 에메트셀크와 휘틀로다이우스에게 들었으니 알고 있어. 그들이 내 사역마를 자칭하는게 편할거라고 추천해준거니까, 딱히 그 호칭을 사용한 것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걱정하지마."

"그건! 그건, 네......"


모험가는 고개를 살짝 돌려 헤르메스를 몰래 올려다보았다. 모험가가 가장 밝히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너무 당연하게 아젬의 입 밖에서 헤르메스에게도 들리게 튀어나왔다.

말을 자르고도 싶었고, 아니라고도 하고 싶었다. 아젬의 본인이 바로 코 앞에 있으며, 그가 꺼낸 말이니까 말을 자르고 부정한다고 해봤자 사실이 가려지는 건 아니겠지만. 지금 헤르메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적어도 자신의 거짓말로 실망하는 일이 생기진 않았을까. 묘한 불안감으로 겨우 웃고있는 입꼬리가 떨리고 있었고, 그런 표정으로 헤르메스를 올려다보았다. 딱히 놀라는 모습이 없는 걸 보니 이미 자신이 오기 전에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었다.

헤르메스는 모험가의 근처에 있어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반대편에 있는 아젬에게는 떨리는 입꼬리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표정은 솔직하지. 표정을 잘 숨기는 사람도 드물게 있지만, 이 세계에선 표정을 숨길 줄 아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자신에게 솔직했고, 그 솔직한 마음에 구름 한점 없었다. 엘피스의 꽃이 늘 하얗게 빛날 수 있을 만큼.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게 일인 아젬에겐 표정을 보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일까.

어떤 표정이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 아젬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떨리는 입꼬리, 맞닿은 손바닥. 눈을 깜빡 일 때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있는 눈동자. 모두가 불안함의 상징. 그리고 그 불안함의 이유는 시선이 향하는 방향에 있었고, 그곳엔 헤르메스가 서있었으니 분명 자신의 말에 헤르메스가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는 거겠지.

저 모습을 보아하니, 엘피스의 소장이 이미 진작에 진짜 아젬의 사역마가 아니란 사실을 알아챘다는 걸 모험가는 모르는 것 같았다. 헤르메스는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라니.